2025년 1월 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LA(로스앤젤레스)에서 산불.
팔 리 세이즈(Palisades)와 이튼(Eaton) 지역에서 시작되어, 약 23,700에이커의 면적(6개의 산을 포함해 축구장 약 42000개)이 불탔고, 건물 1만 8천여 채가 파손되었으며 , 최소 46명이 사망하였다. 이산화 탄소, 일산화탄소 등이 대량 방출되어 LA의 공기질 지수가 '위험'수준에 도달했다. 이러한 피해를 일으킨 LA산불은 40년 만의 캘리포니아주 최악의 산불, 역사상 최악의 경제적 피해 ( 손실액 약 137조 원)를 입힌 산불로 기록되며 2월 1일이 되어서야 완전히 진화되었다.
LA산불 피해가 커진 이유
2024년 여름과 가을 동안 LA지역은 2024년 12월부터 기록적인 고온 현상을 경험했다.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평균 기온이 5~8 °C 높아 산이 메마른 상태였고 습도도 10% 이하로 건조해 불씨 하나로도 쉽게 불이 옮겨 붙을 수 있는 조건 이었다. 또한 가을과 겨울철 캘리포니아 지역에 부는 ' 산티아나바람(Santa Ana)'이 1월 초, 시속 160km에 달하는 강풍이 불어 산불의 확산을 가속화했다.
산티아나 바람은 해마다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탓에 '악마의 바람'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산이나 바람은 산을 타고 내려가면서 뜨겁고 건조하게 바뀌는데 미국 내륙지역에 위치한 그레이트 베이슨 사막을 지나며 이미 건조해진 산티아나 바람이 사막과 바다 사이에 위치한 여러 산맥을 타고 내려가면서 온도가 올라갔다. 심지어 시속 160km에 이르는 강력한 돌풍은 불꽃을 먼 곳까지 옮겨 버려 여러 지역에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산불은 송전선에서 튀어 오른 불꽃이 산으로 옮겨져 시작된 것이기 때문에 완벽한 자연재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인해 세계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약 1.3°C 상승하면서, 대기 중 수분 증발이 증가하고 식생의 건조화가 심화되었다. 이는 산불 발생 가능성을 약 35% 증가시켰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Climate change made deadly Los Angeles wildfires 35% more likely: new attribution study » Yale Climate Connections
지구 온난화 - 대형 산불이 빈번하게 발생 할 수 있다.
전지구기후모델 (GCM, General Circulation Model)은 지구 전체의 대기, 해양, 육지, 해빙 등을 수치적으로 모사해서 기후 시스템을 시뮬레이션하는 도구이다. 겨울철 북반구 날씨에 영향을 기치는 대기의 순환이 온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실험을 했다. 겨울철 북반구 날씨에 영향을 끼치는 대기 순환이 온도 변화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파악하는 데 매우 중요하게 쓰이고 있다.
- 제트기류(Jet Stream)의 변화
북반구 중위도 상공에는 강한 서풍 제트기류가 있는데, 이건 극지방과 적도 사이의 온도 차이에 의해 형성된다.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북극의 온도가 상대적으로 더 빨리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나. 이걸 "북극 증폭(arctic amplification)"이라고 한다. 북극과 중위도 사이의 온도 차이가 줄어들면서 제트기류가 약해지고 더 굴곡지게(meandering) 변하게 된다.
이 뜻은 지구 온난화로 북극의 기온이 상승하면 북극과 중위도 사이의 온도차가 줄어들게 된다. 그 결과 제트기류는 힘을 잃고, 흐름이 느려지고, 방향이 구불구불하게 휘게 된다는 말이다. 이건 마치 강이 평지를 흐를 때 좌우로 구불구불 흐르는 것처럼, 기류가 북쪽으로 솟았다가 다시 남쪽으로 내려오는 큰 물결 모양으로 흐르게 된 다는 의미다.
이것이 왜 중요하냐면 이렇게 굴곡진 제트기류는 찬 공기를 남쪽으로 끌어내리고, 반대로 따뜻한 공기를 북쪽으로 밀어 올리기도 한다. 이로 인해 북쪽의 찬 공기가 남하하거나, 남쪽의 따뜻한 공기가 북상하는 패턴이 더 자주 발생하고, 한파나 이상고온이 더 자주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 극소용돌이(Polar Vortex)의 약화
극지방 상공에는 차가운 공기를 가둬두는 극소용돌이라는 강한 순환이 존재한다. 따뜻해진 북극 대기와 해빙 감소는 이 극소용돌이를 약화시킬 수 있다. 약화된 극소용돌이는 찬 공기를 북극에 가두지 못하고, 중위도 지역으로 퍼뜨리게 된다. 그 결과, 북반구 일부 지역(예: 북미, 동아시아, 유럽 등)에서 강력한 한파가 발생할 수 있다.
- 대류권과 성층권 간의 상호작용 변화
온도 변화는 성층권과 대류권 사이의 에너지 교환 패턴에도 영향을 준다. 겨울철 성층권이 따뜻해지는 성층권 돌연승온(Sudden Stratospheric Warming, SSW) 현상이 더 자주 발생하면, 극소용돌이 붕괴와 연결돼 이상기후 패턴을 초래한다.
요약하자면:
- 온도 상승 → 북극과 중위도 온도차 감소 → 제트기류 약화 및 굴곡 증가
- 제트기류의 변형 → 찬 공기 남하 or 따뜻한 공기 북상 → 지역별 기상이변
- 극소용돌이 약화 → 중위도에 한파 발생 가능성 증가
그러니까 지구 전체가 따뜻해지면서 오히려 어떤 지역은 더 추운 겨울을 경험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온 건조한 날씨가 이어진 LA지역의 이상 기후도 대기의 대규모 흐름으로 설명 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지구 온난화는 대기의 흐름에 영향을 끼치고 대기의 흐름은 이상 기후 현상을 불러오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따라서 미래에는 이런 현상이 더욱 자주 발생해 한 번 화재가 발생하면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인류는 이제 빈번한 대형 산불을 대비해야 할지도 모른다. 기후 변화로 인해 산불이 새로운 형태의 재난으로 다가오고 있을 수도 있다.